“노 모어 캔슬레이션!”
— 김미소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

인터뷰이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


인터뷰어

한승희

「잇다」편집부

“노 모어 캔슬레이션!”
— 김미소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

인터뷰이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


인터뷰어

한승희

「잇다」편집부


음악의 탁월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무장 해제시킨다는 것이다.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도 부드러운 선율, 경쾌한 리듬과 만나면 곧잘 누그러지곤 한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손가락을 까딱이며 박자를 맞추다 보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과 감정이 서서히 말랑말랑해진다.


이 같은 음악의 무장 해제력을 생각하면 전쟁의 흔적인 DM1)만큼 음악의 힘이 필요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DMZ의 중간 즈음에 있는 강원도 철원에서 2018년 처음 열린 ‘DMZ피스트레인(peace train) 뮤직 페스티벌’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평화(peace)’를 노래하기 위해 시작됐다. 음악의 힘으로 DMZ에 깃든 이념의 갈등과 휴전의 비극을 자유와 평화의 희망으로 승화하는 것이 DMZ피스트레인의 취지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뮤지션으로 꾸려진 화려한 ‘라인업’을 비롯해 남한 유일의 북한 건물인 노동당사, DMZ의 남방한계선 최북단에 있는 월정리역,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소이산 등 DMZ-철원의 지역성을 담은 공간을 무대로 삼은 덕에 DMZ피스트레인은 개최 2년 만에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락페’이자 강원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입지를 다졌다.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8·2019 현장. ⓒ사단법인 피스트레인

한편 지난해 많은 것을 멈추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MZ피스트레인에도 제동을 걸었다. 어떻게든 페스티벌을 치르기 위해 한 차례 일정을 연기·단축했지만, 결국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그렇게 2020년 DMZ의 여름은 바이러스로 인한 긴장감 속에서 막을 올리지도 못한 축제를 뒤로하고 무던히 흘러갔다.


여전히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2021년, 과연 DMZ피스트레인은 달릴 수 있을까. 지난 6월 말, 서울 합정동의 사단법인 피스트레인 사무실에서 김미소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을 만나 지난해 페스티벌 취소 결정 과정과 그 이후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페스티벌 공식 웹사이트에 “노 모어 캔슬레이션(No more cancellation, 취소는 없다)”이란 슬로건을 담은 트레일러 영상이 막 공개된 참이었다. 

김미소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 ⓒ양지훈

Q. 지난해 DMZ피스트레인이 ‘취소’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을 마음 졸이며 지켜봤었다.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해외 뮤지션들을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기간도 연기·단축해 진행하기로 했다는 공지 글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을 때 ‘어떻게든 열차가 출발하겠구나’ 기대했다. 그런데 한 달 뒤에 결국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강원도, 철원군, 사단법인 피스트레인은 협의 끝에 DMZ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0 개최 취소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글이 다시 올라왔다. 일정을 미루고 규모를 줄여서라도 페스티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터라 취소 결정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김미소 페스티벌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저는 아주 작게라도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7월 18~19일로 페스티벌 일정을 미룬 다음에도 감염재생산지수2)가 1.75 수준으로 높았던 데다, 페스티벌을 함께 주최하는 강원도, 철원군도 취소하자는 입장이었다. 아무래도 페스티벌 참가자 다수가 서울에서 오기 때문에 지역에선 바이러스 확산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게다가 철원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사망자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이 시국에 축제를 한다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결국 페스티벌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취소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 좀 힘들었다. ‘준비 다 했는데, 왜 못하지?’ 하면서 벙찐 상태였다. 또 끝까지 우리를 믿고 함께해준 관객 2000여명에게도 무척 미안했다. 관객들은 페스티벌 티켓만 환불하면 되는 게 아니라 교통편 예매, 숙소 예약까지 전부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페스티벌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을 만들어 답례품으로 보냈다. 


아이돌 급은 아니어도 DMZ피스트레인을 좋아하고 아끼는 팬들이 있다. 지난해 페스티벌을 취소하면서도 이 팬덤을 잃게 될까 봐 가장 두려웠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DMZ피스트레인이라는 브랜드를 계속 알리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민이 많다. 보통 다섯 번은 열려야 페스티벌이 안정 궤도에 오른다고들 하는데, DMZ피스트레인은 2018년에 시작해 겨우 두 번 열리고 멈췄으니 위기의식이 있다. 또 강원도와 철원군 예산을 받아서 진행되는 사업이라 정치적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측면도 페스티벌의 지속성을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계속 가야 하는데, 그래야 사무국 스텝들도 먹고 살지 않겠나(웃음). 



Q. 많은 문화예술 행사가 팬데믹 위기에 맞서 ‘비대면’, 즉 온라인 전환을 택했다. 한편 어느 영상에서 "온라인 페스티벌은 피스트레인의 아이덴티티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어떤 면에서 온라인 개최가 DMZ피스트레인의 정신과 맞지 않는지 좀 더 설명해달라.


김미소 같은 시공간을 함께 경험하면서 형성되는 동질감, 연대의 에너지가 페스티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그 순간 감각하는 에너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온라인 개최가 DMZ피스트레인의 특성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또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받아서 치르는 행사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면 강원도와 철원군에 돌아가는 이익이 없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려고 사람들이 지역에 와서 잠도 자고 밥도 먹어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DMZ피스트레인은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 없었다. 



Q. 비록 페스티벌은 치르지 못했지만, 페스티벌 기획부터 프로그래밍,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피스트레인 축제 캠프 속·전·속·결’을 개최했다. 페스티벌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페스티벌 기획을 주제로 한 캠프를 기획했다는 게 미래에 대한 도전처럼 읽히기도 했다. 


김미소 지난해 페스티벌에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로컬 크리에이터’란 키워드로 현장 부스 등 부대 행사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페스티벌이 취소되면서 이 계획도 실행할 수 없게 됐고,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했다. 마침 센터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리도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터였다. 코로나19가 ‘언젠가 해봐야지’ 했던 기획을 실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캠프를 준비하던 지난해 12월만 해도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좀 완화돼서 철원이나 춘천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페스티벌을 치를 수 없어서 대안으로 만든 캠프조차 오프라인으로 준비하다가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무척 아쉬웠다. 게다가 캠프를 해커톤 방식으로 기획했는데 과연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이 팀을 이뤄서 온라인으로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게 가능할지도 걱정됐다. 


원래는 참가자를 20명 규모로 생각했는데 140명가량이 지원해 깜짝 놀랐다. 캠프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38명으로 참가자 인원을 늘렸다. 캠프는 총 3박 4일 동안 진행됐는데, 마지막에 참가자 38명 중 10명만 남아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날 때까지 이탈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캠프 이름처럼 ‘속전속결’로 3박 4일이 무사히 흘러갔다. 사실 우리는 상당히 지친 상태로 캠프를 준비했는데, 참가자들이 진지한 자세로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내는 걸 보면서 크게 감동했다. 페스티벌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시국에, 페스티벌 기획자를 꿈꾸는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하며 우리가 더 많은 힘을 얻은 것 같다. 욕심나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여섯 팀으로 나뉘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이 중 1등을 차지한 팀의 아이디어는 올해 DMZ피스트레인에서 실현할 예정이다. 


시국이 흉흉해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 다음을 모색해야 한다. 피스트레인 축제 캠프는 메인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게 돼 다른 콘텐츠를 발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도한 것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도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어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는 것 같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쉽진 않았다(웃음). 



Q. ‘콘택트’ 아닌 ‘온택트’가 이른바 뉴노멀이 될 것으로 예견되는 세상에서 락페의 미래, 어떻게 보고 있나.


김미소 페스티벌의 정체성,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 같다. 예를 들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페스티벌과 차별화한 좋은 기획 콘텐츠를 선보였다. 기획에 따라서는 온라인에서 더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도 있다. 100% 온라인이든, 온오프라인을 적절히 섞든, 페스티벌마다 각기 맞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세계 최고 뮤직 페스티벌로 꼽히는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도 최근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는데, 유명 연출가가 참여해 퀄리티 높은 영상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페스티벌에서 많은 사람과 어우러져 함께 음악을 들을 때 느껴지는 현장감은 아쉬웠다. 페스티벌과 콘서트는 엄연히 다르지 않나. 아무리 미장센이 훌륭하고 기획이 우수하다 해도, 공연을 촬영한 영상에 페스티벌의 현장성, 우연성 같은 것들을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페스티벌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방식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응당 ‘이런 게 페스티벌이다’라고 생각했던 모습, 역사가 쌓이면서 익숙해진 모습들도 상황에 맞춰 변해야 한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지금 이 시대의 페스티벌’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것들은 없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흔히 축제나 공연은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우리 같은 기획자들은 축제나 공연이 먹고사는 데 확실히 지장이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거나, 정말 의미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건 축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이 고민해야 하는 질문인 것 같다. 문화예술이 인간의 삶에 왜 필요한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기 발견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양지훈

Q. 지난 6월 초, "노 모어 캔슬레이션"이란 슬로건과 함께 '고석정에서 다시 마주하길 고대한다'며 페스티벌 개최 의지를 밝혔다. 


김미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DMZ피스트레인은 장소성이 강한 페스티벌이다. ‘철원으로 가기 힘드니 서울에서 하자’라는 건 성립이 안 된다. 현장의 분위기, 환경이 페스티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강원도, 철원군과 올 1월부터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페스티벌 개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바이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3) 얼마 전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이 열렸다. 오프라인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게 1년 8개월 만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엔 대부분의 음악 페스티벌이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7월 중순쯤 올해 DMZ피스트레인 일정과 규모가 대략 나올 것 같다. 시기는 9월 또는 10월로 예상하고 있고, 규모는 예년보다 확실히 축소될 것이다. 계속 무대를 두 개로 나누어 썼는데 이번엔 한 개만 쓰게 될 것이고, 객석 간 거리도 유지해야 하고, 스탠딩 관람도 불가능하다.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도 안 된다. 결국 낮 2시부터 밤 10시까지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형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정적인 상태에서 락페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건 어려울 거라서, 차분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한곳에 모여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는 행위 자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Q. 올해 DMZ피스트레인이 무사히 출발하길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김미소 지난 3년 동안 DMZ피스트레인을 응원하고 지지해준 관객들의 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다시 만나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DMZ피스트레인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과 분위기로 만나겠지만, 사라지지 않고 계속 달릴 것이다. 


올해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면 무척 울컥할 것 같다(웃음). 비록 함성도 지를 수 없고 ‘떼창’도 못하겠지만, 그저 같은 시공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감각과 그 감각에서 나오는 에너지만으로도 무척 감격하지 않을까.


1) DMZ는 ‘demilitarized zone’의 줄임말로, 군대가 주둔하거나 무기를 설치할 수 없는 ‘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를 가리킨다. 한반도에는 남한과 북한이 휴전협정을 맺은 1953년 강원도와 경기도에 걸쳐 250km 길이의 DMZ가 조성됐다.

2) 감염자 한 사람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 수.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상이면 바이러스 ‘유행 확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뜻한다.

3) 인터뷰를 진행한 6월 마지막 주는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유지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가 활발히 논의되던 시점이었다.

202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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