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려면
—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좌담

좌담 참여

견민정 주임
문종남 주임
추성희 주임
정다은 팀장


정리

한승희  ✳︎「잇다」 편집부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려면
―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좌담

정리

한승희「잇다」 편집부


공공 차원의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 내 '문화예술교육과'가 신설되고, 이듬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만들어지면서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제10조6항)에 따라 2007년부터 문체부와 지자체의 협의 아래 지역 문화예술교육 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설치됐는데, 강원도에서는 강원문화재단이 담당 기관으로 지정돼 2008년부터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화를 촉진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며 ‘문화자치’, ‘문화분권’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고, ‘교육’을 매개로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을 구축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에 「잇다」는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원들과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을 기획했다. 좌담에는 정다은 팀장, 견민정·문종남·추성희 주임이 참여했다. 정다은 팀장은 센터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견민정 주임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문화예술교육사 현장역량 강화사업을, 문종남 주임은 강원문화예술아카데미·(지역문화예술)기반조성 지원사업을, 추성희 주임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연구모임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왼쪽부터) 견민정·문종남·추성희 주임, 정다은 팀장. ⓒ강초현

Q.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주요 사업 방향을 소개해달라.

 

정다은 올해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유연성 제고(提高)다. 지난해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었고, 모두가 일과 생활 전반에서 일종의 패닉 상태를 겪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보자는 다짐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는 일상 속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 확대다. 크게 생애주기를 고려한 관점과 물리적 관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유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전 생애의 어느 지점에서도 문화예술교육과의 접점이 있어야 하고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역 간 문화예술교육 인프라 격차를 최소화하는 목표도 담겨 있다. 

셋째는 수요자 욕구와 지역 특색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이다. 수요자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는 않다. 사업 대부분을 공모 형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센터에서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는 면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장 목소리를 공모 사업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또한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아직 많지 않아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Q. 지역 특색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란 어떤 것인가. 

 

견민정 지역마다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관심사가 다 다른데, 이런 차이점들이 지역만의 특색이자 지역문화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참여 대상이 ‘신중년’으로 일컬어지는 만 50세~64세로 명확히 규정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사업의 경우, 같은 연령대여도 지역에 따라 참여자 특성이 크게 다르다. 올해는 춘천시와 화천군에서 사업을 진행했는데, 사업 시작 전 개최한 간담회에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별로 프로그램을 따로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춘천은 전문직 은퇴자가 많은 반면, 화천은 ‘은퇴’란 개념 없이 계속 농업이나 임업에 종사하는 신중년이 많아서 두 그룹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강원’이란 광범위한 지역의 특성보다 이렇게 개별 지역 사람들의 특성과 수요를 찾아 콘텐츠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다은 동의한다. 강원도는 굉장히 넓은 지역이고, 도내 18개 시군마다 특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강원’을 아우르는 하나의 지역문화를 규정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개별 지역, 그리고 지역의 개별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정다은 팀장. ⓒ강초현

Q. 그런 면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에 ‘지역 특색’을 반영하는 게 곧 ‘수요자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다은 한편 수요자 중심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센터에서는 단순히 문화예술활동의 기술을 가르치는 이른바 ‘백화점 문화센터식’ 문화예술교육을 지양하는데, 정작 지역 사람들은 이를테면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수업을 원할 때가 있다. 

 

문종남 그렇다. 실제로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했던 현장에서 “도시에서 쉽게 즐겼던 것들을 강원도에 오니 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프로그램으로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었다”는 피드백을 들은 적 있다. 센터가 추구하는 문화예술교육 방향에는 맞지 프로그램이지만 참여자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 지역에서는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체에서 이렇게 커리큘럼을 기획했구나’하고 납득하게 된다. 이렇게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문화예술교육의 기준이 흔들리는 경험들을 하곤 한다. 

센터 사업 대상지 대부분이 문화소외지역이고, 현지 주민과 문화예술계 종사자들도 지역에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따라서 문화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추성희 센터 지원사업이 아니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불모지’가 생각보다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센터 사업을 받아서 운영하는 단체들 다수가 ‘복지’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 혹은 지역의 문화예술 혜택을 늘려 지역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을 지역발전이나 지역재생의 수단으로 보는 것은 조금 아쉽다.

 

문종남 공감한다. 문화예술교육을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고 삶의 활력을 북돋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면이 있다. 이 지점은 센터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종남 주임. ⓒ강초현

Q. 센터 사업을 현장에서 운영할 문화예술교육 단체를 찾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 또한 센터의 주요 역할이다. 강원이 ‘문화자치’를 이루려면 지역에 자리 잡고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강원의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문종남 강원도에서 문화예술교육 분야로만 전문성을 쌓은 단체나 활동가를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 사업 공모 경쟁률도 높지 않고, 한 단체가 여러 개의 사업에 지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데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견민정 센터 사업의 문턱이 높지 않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육이나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한 단체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센터 사업은 문화예술교육 전문단체가 아니더라도 고유번호가 있는 단체라면 운영 기관으로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신생 단체가 현장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겠지만, 단체들이 전문적인 교육 없이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모르겠다.

한편 전문성을 기준으로 단체의 사업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단체가 한 곳밖에 없는 지역이 있다 치자. 그런데 이 단체가 전문성이 부족해 선정하지 않는다면 그 지역 주민들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듯 단체의 전문성과 지역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정다은 문화예술교육사 현장역량 강화사업과 강원문화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센터 사업에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컨설턴트로 참여하는데, '다른 지역이었으면 떨어졌겠지만 이 지역에는 이 단체밖에 없으니 일단 뽑자, 열심히 컨설팅을 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 컨설팅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 지원하는 게 우리 센터가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추성희 단체들에게 센터 사업이 무시할 수 없는 생계 수단인 것도 한계로 작용하곤 한다. 컨설팅 전문가들이 아무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해도, 단체들에겐 이런 말이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센터 사업에 지원하는 단체 중 절반 이상이 경력이 짧은 신생 단체여서 역량이 부족한 점은 물론 한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력 있는 단체가 반드시 더 나은 것만은 아니다. 센터에 오기 전 모 광역시 문화재단에서 일했는데, 그 지역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참여하는 운영 단체 다수가 문화예술교육 활동 경력이 10년 이상이었다. 장기간 해오던 사업 콘텐츠와 방식을 고수하려는 단체가 많았고,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하려는 단체가 드물었다. 도내에서 오랫동안 예술교육사업으로 활동해온 단체든, 이제 막 예술교육 사업을 시작하는 단체든 활동한 시간보다 예술교육에 대한 열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성희 주임. ⓒ강초현

견민정 동의한다. 경력을 주요 잣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 중에 문화예술교육이 본업이 아닌 곳들이 많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 사업 경력이 길다고 해서 그 단체가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정다은 강원도에서는 왜 해마다 새로운 단체가 센터 사업에 들어오는지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10년 이상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삼을 만한 기반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경력을 쌓는 단체는 없고, 계속 신생 단체들이 센터 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문종남 센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업의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에서 주강사와 보조강사의 인건비가 고정돼 있어서, 강사의 경력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문화예술교육 경력이 3년인 사람이 주강사이고 10년 경력인 사람이 보조강사이면, 10년 경력자가 3년 경력자보다 인건비를 적게 받는 구조인 거다. 10개월의 경력이든, 10년의 경력이든 사업 내 역할이 같다면 같은 금액의 강사비를 받는다. 강사 입장에서는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도 강사 선생님들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Q. 현재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강원문화재단 문화접근성팀이 이끌어가고 있고, 이번 좌담에 참석한 4명이 전체 구성원이다. 한 사람이 여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

 

견민정 한 사람이 평균 3~4개 사업을 담당한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업을 배분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한 사업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문종남 지금은 없어진 창의예술교육랩 사업 담당자로 강원문화재단에 입사했다. 창의예술교육랩 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재원을 발굴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시간을 들여 프로그램 연구진을 구성하고, 이렇게 구성된 프로그램 운영자를 찾아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원하는 만큼 공을 들이지 못했다. 주어진 기간에 맞춰 사업을 마무리해야 했고, 결국 후속 지원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현재 담당하는 강원문화예술아카데미 사업도 기획 단계에 더 많은 공을 들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다른 사업 준비와 병행하다 보면 아카데미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 임박해서야 전문가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기획할 여력이 생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에 들이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각 사업마다 고유의 흐름이 있다. 어떤 단계에서는 반드시 어떤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센터는 사업의 흐름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담당자의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다은 센터 인력에 비해 담당하는 사업이 많다 보니, 항상 시간과 절차에 쫓기는 기분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매번 연말에 '올해는 숨가쁘게 사업들을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좀 더 여유를 갖고 보다 충실하게 해보자' 다짐하지만 -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Q. 지방이양일괄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는 지자체가 지역의 문화예술 정책과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 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센터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을 것 같다. 강원도에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자치', '분권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가장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까?

 

정다은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지역 분권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각 지역이 주체가 되어 관련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도내에선 아직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인식조차 미미한 단계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하겠다. 이는 강원문화재단·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광역 지원 기관으로서 재단·센터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지역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 거버넌스 구축이다. 앞으로 도내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질 텐데, 이에 대해 실무자이자 현장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며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함께 정책을 고민하는 협의체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 조사 또한 보다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연구 조사 사업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실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도움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연구 조사를 기획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추성희 지자체 차원의 문화예술교육 조례 제정 또한 중요할 것 같다. 몇몇 지자체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 지원 정책을 짜고 있다. 물론 관련 조례가 재정되더라도 문화예술교육 예산 편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례마저 없으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지는 셈일 것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서라도 강제력 있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조례는 필요하다고 본다. 

 

정다은 강원도에도 관련 조례는 이미 존재한다. 다만 실효성이 문제다. 대체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식이라서 강제성이 없다. 추성희 주임의 말처럼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제해야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까. 일단은 앞으로 5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예산 편성이 어느 정도 보장을 받았지만, 5년 뒤엔 지역 문화예술교육 예산이 삭감될 확률이 높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기관의 순환보직 체제도 걸림돌이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3년 주기로 팀원이 다른 부서로 배치된다. 강원문화재단도 마찬가지인데,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전문성이 중요하니 센터 구성원이 자주 바뀌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고, 하다못해 순환보직 주기를 2~3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견민정 작년에 도내 기초단위 문화재단들로부터 그해 지역 문화예술교육 현황 데이터를 취합해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재단들에 데이터 요청을 하며 개별적으로 연락하니, '우리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팀과 사업이 없다'고 답하는 곳들이 많았다. 센터가 모든 역할을 다 할 수는 없으므로 기초단위 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아직 문화예술교육 사업 운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 

한편 강원문화재단 내부에서는 과연 그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하는 일이 가치 있게 평가받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재단부터 지역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관심을 두고, 센터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일 것 같다. 그래야 강원도 차원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견민정 주임. ⓒ강초현

문종남 재단뿐만 아니라 도청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역할과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화예술 담당 부서조차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관한 인식과 관심도가 낮다고 느낀다. 운영 횟수, 예산, 참여자 수 등 숫자로만 우리 사업을 보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성과를 수치(數値)로 제공하는 기관으로 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지만, 센터에선 지원금의 규모가 도청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종종 그들의 요구사항이 곤란한 때도 있다. 지나치게 사업에 관여하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웃음).

 

견민정 공감한다. 이런 상황이면 센터는 문화예술교육 예산에 관한 권한을 계속 갖지 못할 것 같다. 지역이 주도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려면 민과 관이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민은 결국 관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굴리기만 하는 역할로 한정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가 구축돼 문화예술교육의 지역 자치, 지역 분권화가 실현되려면, 문화예술교육 전문 기관의 자율과 기관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내 문화예술교육 사업 전반을 이끄는 센터가 먼저 자율성을 확보해야, 센터로부터 사업을 받아 운영하는 민간단체들 또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종남 문화예술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예술 관련 공공 예산이 갈수록 복지 예산으로 넘어가는 상황인데,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공공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에서 예술가라도 나오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다은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방탄소년단 멤버나 봉준호 감독이 “내 영감의 원천은 어린 시절 다녔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라고 말해주면, 우리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될 텐데”하고 자조한다(웃음).

 

문종남 정말 그렇다. 지금부터 센터 사업으로 아이돌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웃음).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추성희 이른바 ‘K-컬처’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는데, 문화예술교육이 없다면 K-컬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고등학생 때 예체능 수업 시간에 자습을 했다. 이게 무척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나 지역특성화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창작 경험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감수성이 말랑말랑해질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인성 교육 차원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아문화예술교육 사업 현장 모니터링에서, 한 아이가 다른 친구의 그림을 보며 ”야, 그거 이상해“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이 친구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더라. 이 장면을 보며, ‘그래, 이런 게 문화예술교육의 ”찐“이지’ 하고 생각했다(웃음). 

 

정다은 최근 며칠 사이 방송에서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발전한다”고 이야기하는 유명인사들을 자주 접했다. 문화예술교육이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우리가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게 참 많지 않나. 세상엔 먹고사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게 문화예술 아닐까. 

 

견민정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길 기대해선 안 된다.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전체 참여자 수가 줄더라도 참여자 개개인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니 더더욱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빠르게 나올 수 없다. 문화예술교육은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고 진행하는 장기 사업이다. 개인의 삶이 변화하고, 나아가 심적으로 더 풍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궁극적 목적이다. 따라서 참여자 몇 명, 참여자 1인당 비용 얼마, 이렇게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따지는 셈법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다뤄서는 안 된다. 

 

문종남 수업 현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이런 걸 평생 해본 적 없다”, “이렇게 좋은 걸 너무 늦게 알아서 억울하다”고 하신다. 아직 문화예술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척 많다. 이것만으로도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강초현

2021. 11.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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