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이효정 프로그램 팀장
박혜림 사무국장
인터뷰어
한승은
「잇다」편집부
인터뷰이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이효정 프로그램 팀장
박혜림 사무국장
인터뷰어
한승은
「잇다」편집부
올해도 옥상에서 만나요!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이효정 프로그램팀장 · 박혜림 사무국장
인터뷰이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이효정 프로그램 팀장
박혜림 사무국장
인터뷰어
한승은 「잇다」 편집부
원주옥상영화제는 영화가 좋아서, 이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싶어서 모인 원주시민이 만든 영화제다. 이들 시민이 생업과 영화제 일을 병행한 지도 벌써 5년 차다. 영화제가 나이를 먹는 게 다행스러울 만큼 해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은 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에게도 유례없는 난관이었다. 영화제 개최를 거듭 미루며 '취소'가 아닌 '대안'을 마련하는 기지를 발휘한 기획단은 코로나 시국이 여전한 올해도 영화제의 무사 안녕한 진행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주 시내 옥상 곳곳에서 영화의 다양성 토양을 가꿔나가는 원주옥상영화제의 안부가 궁금했다. 지난 6월 25일 「잇다」 는 아카데미극장과 이웃한 모두공간에서 기획단의 두 주역을 만나 영화제의 꿋꿋한 오늘과 창창한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원주옥상영화제 포스터와 팸플릿에 담긴 그림은 옥상에서 밝힌 불빛이 세상과 어둠을 비추는 장면을 담았다. ‘온라인 옥상’을 은유하는 ‘옥상의 불빛’은 원주옥상영화제가 올해도 이듬해도, 원주에서 옥상에서 영화의 등불이 되어 여름밤을 밝히길 바라는 기획단 모두의 마음을 내비친다.
역대 상영작 포스터가 가지런히 붙어 있는 벽면을 뒤로하고 박혜림 사무국장, 이효정 프로그램팀장과 둘러앉았다. 이효정 프로그램팀장은 기획단 원년 멤버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프로그램 기획부터 행사 진행까지 전방위로 활동해왔다. 박혜림 사무국장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에서 상영 담당자로 일하는 한편 2019년부터 기획단에 합류해 영화제의 행정·홍보·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Q. 원주옥상영화제는 영화제가 옥상에서 열린다는 점을 전면에 내걸었다. 왜 ‘옥상’인가?
박혜림(이하 박) 처음부터 참여한 게 아니어서 왜 옥상에서 하게 됐는지 잘 몰랐다. 왜 옥상일까? 혼자 생각해봤는데, 일단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보였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옥상에서 영화를 본다는 데 흥미를 갖더라. 아마도 옥상이라는 공간이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의 땅에서 몇 걸음만 올라가면, 그동안 못 본 도시 전경이 보이고 그동안 몰랐던 옥상의 존재를 새삼 깨닫는다. 일상 공간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줄곧 단절된 옥상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일상과 비일상이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이런 이유에서 옥상을 고집하게 된 것 같다.
이효정(이하 이) 영화제를 시작하며 꼭 '야외'에서 하자고 뜻을 모았다. 여러 곳을 답사했는데, 야외 상영에 적합한 환경인지 따지다 보니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로예술시장 건물 옥상에 가봤고, 여기다 싶었다. 옥상이라면, 영화제가 주변 건물에서 받는 영향과 그 반대로 영화제가 인근에 미치는 영향 모두 적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2019년 영화제는 상지대 한의학관 옥상에서 했는데, 학생들이 6년간 학교에 다니면서도 건물에 옥상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웃음). 강의실, 실습실은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해도 옥상에는 딱히 가 볼 일도 없고, 가 볼 생각도 못 한 거다. 우리도 영화제를 하며 옥상의 풍경이 참 판타지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래로 내려가면 철저한 현실인데, 위로 올라오면 현실감이 흐려진다. 옥상은 곧 영화 같은 공간이고, 우리 영화제에 낭만을 더한다.
이효정 프로그램팀장
Q. 옥상의 매력이 이토록 중요한데, 작년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영화제를 취소하는 대신 온라인 상영관을 열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박 관객과 스태프 모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되도록 여는 방법을 강구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개최를 포기하면 영화제를 더는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꼈다. 만약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서 앞으로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보는 게 무리라면, 우리 영화제의 존재 이유도 없어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옥상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중요하긴 하지만, 반드시 옥상에서 해야 의미 있는 건 아니다, 기획단이 오랜 시간 열띤 토론을 거쳐 만든 프로그램은 그 자체 소중하다, 오프라인 행사가 아니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온라인 상영관을 열게 됐다.
이 이전까지 겪은 위기와 차원이 달랐던 작년, 우리는 더 일찍 모였다. 행사 준비를 위해 보통 4월쯤 모이는데 2월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8월 상황을 예측하기 힘드니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기로 했다. 3단계를 가정해(정부 거리두기 개편안 발표 전) 이전까지 회당 200명 내외로 받던 관객 인원을 5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먹거리 부스나 실내 상영 프로그램은 취소했다. 관객 사전 예매를 처음으로 실시하고 방역 물품을 구비하는 등, 안전한 오프라인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러다가 8월 중순께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행사 강행 여부를 다시 고민해야 했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개최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혜림샘이 말한 대로, 시국이 시국이라 해도 우리의 노력이 부정돼서는 안 되고, 그렇다면 옥상을 온라인 상영관으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한 ‘모두공간’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의 임시공간이다. 센터가 자리한 보건소 건물이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되면서 시민들의 출입에 제한이 많아졌고, 마침 시내 원도심에 과거 조명가게로 쓰인 빈 건물이 있어 당분간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됐다.
지난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상영 방식을 바꾸면서 출품하기로 한 감독과 배급사의 의사도 다시 물어야 했다. 대개 온라인 상영을 받아들였지만,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감독이나 배급사에 출품을 요청해 상영작을 모으는 원주옥상영화제의 작품 섭외 방식은 기획단이 직접 작품을 찾는 수고를 요한다.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그 감독 또는 배급사와 직접 소통하는데, 해마다 영화제에 나오는 20여 편의 작품을 일일이 섭외하는 과정이 수월할 리 없다.
Q. 이번 영화제의 <강원단편선>과 <옥상단편> 상영작을 공개 모집했다. 두 섹션 상영작만 공모한 까닭이 있을 것 같다.
박 우리 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만큼 기획단이 직접 영화를 발굴해 큐레이션하는 데 역점을 둔다. 그래서 공모를 통해 출품작을 뽑는 방식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모든 섹션은 기획단이 발굴한 영화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구성해왔다.
이 <강원단편선>은 공모, <옥상단편>은 초청과 공모를 겸했다. 시상이 있는 경쟁 영화제의 경우, 보통 공모 방식을 택한다. 우리 행사는 페스티벌 성격이 강해 주로 초청 방식을 취했다. 공모 방식은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치고 많은 품이 들기에 이를 수행할 여력이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초청은 상영작을 선정하는 아주 적극적인 작업이나 동시에 한계도 있다. 우리의 손길이 닿지 못한 좋은 작품을 놓칠 수 있다. 초청이 기본이되, 이를 보완하고자 배급사 없이 활동하는 감독의 작품에 한해 공모를 받았다. <강원단편선>의 경우, 도내 제작 편수 자체가 많지 않아 전부 공모로 진행했다.
Q. <강원단편선>은 강원도 출신이거나 현재 도민인 감독의 단편영화만을 모은다. 기획단이 영화제에 투영하는 ‘지역’과 ‘지역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 '영화'와 '지역'을 열쇳말로 생각해보면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동료를 찾기도 어렵고 장비를 빌리러 서울에 가야 한다고 한다. 센터가 영화 전담 공간이 아니다 보니, 센터에서 영화 제작을 지원할 때도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태프를 찾는 과정 등에서 난관이 많다. 영화 일을 가르쳐줄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데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고 싶어서, 즐거우니까 계속하는 거다.
그저 하고 싶고 즐거워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강원도에서도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있고, 심지어 재밌는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원주옥상영화제가 그 창구가 됐으면 한다.
박혜림 사무국장
이 서울처럼 문화·교육 인프라가 풍족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작품과, 그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척박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출발선이 다르다. 둘이 같이 출품되면 당연히 후자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서울 출신 영화와 서울 외 지역 출신 영화를 구분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강원도는 밀릴 수 있으니 지역쿼터제처럼 강원지역 영화는 분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국내 단편영화를 모은 <옥상단편>, 강원지역 단편영화만을 모은 <강원단편선>, 이렇게 두 섹션으로 꾸려졌다. 이건 차별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서 계속 살 테고 이곳이 좋은데, 더 재밌고 만족스럽게 원주에서 살 방법을 찾다 보니 이런 영화제가 나왔다. 원주옥상영화제는 영화제에 관심이 있고, 함께 만들어갈 의지와 여력이 있는 시민들이 모여 가꿔나가는 이 지역의 '일상'이다. 우리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일인데, 수도권이나 도시재생 담론에서는 요즘 화두인 '로컬'을 읽고 싶어하더라(웃음).
영화제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지만, 영화제가 제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은 섣부르다. 두 사람은 매년 영화제를 무사히 치른 데 안도할 따름, 다음 영화제를 섣불리 기약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자발적인 시민의 힘이 영화제를 낳고 기른 만큼 이 힘이 달리면 영화제의 생명은 위태롭다. 줄곧 영화제의 존속을 고민하던 기획단에게 코로나 시국은 영화제의 내일을 더 깊이 고민하게 했을 것이다. 그 고민의 일단에 올 8월 열릴 영화제가 놓여 있다.
Q. 곧 8월이다. 다가오는 영화제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이번 행사에 대해 살짝 귀띔한다면? 또 기획단의 각오와 포부도 궁금하다.
박 부득이하고 부득이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오프라인 영화제를 열자는 의지로 준비하고 있다. 회당 관객 수를 줄인 만큼 더 오래 영화제를 열기로 했다. 줄곧 8월 마지막 주에 4일간 진행했는데, 올해는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 각 3일씩 총 6일간 진행한다. 기존에는 모든 상영작을 한 번만 상영했는데, 이번에는 한 번 더 상영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작품을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일정을 짰다. 북적이는 관객이 함께 감동을 폭발하는 경험은 못 해도, 잔잔한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이 코로나 19로 작년에 진행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재개된다. 우리 행사에는 실내 상영 프로그램도 있다. 불특정 다수가 오는 야외 상영은 이래저래 상영작 선정에 제약이 많다. 그래서 자유롭게 선정한 상영작을 밤새 보는 <모두밤샘>은 항상 실내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못 한 <모두밤샘>이 올해 다시 열린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부터 발칙하고 과감한 개성 넘치는 작품을 밤새 볼 수 있다. 부대 프로그램 <영.사.다.방(영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방법의 줄임말)>도 재개한다. 올해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다. 주제는 ‘배리어프리 자막 제작’이다. 올해 옥상에서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자막 영화를 상영한다. <옥상장편>에 한해 시행하되 다른 섹션으로도 점차 확대하려고 한다. 올해의 첫 시도를 부대 프로그램에 녹여낸 셈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원주시민들이 작업한 버전이 영화제 2주 차에 상영된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 집단면역력이 생겨도 이 시국이 곧 끝날 것 같지 않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지 않나. 오프라인과 온라인 방식 사이에서 오가는 데 그치지 않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지난해 코로나 시국을 겪은 덕분에 올해 영화제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 다른 기획을 고민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모두공간 1층 창고 밖으로 공터가 보인다.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를 사이에 두고 모두공간과 아카데미극장이 마주 보고 있다.
Q. 두 분이 그리는 원주옥상영화제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영화제에서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이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무려 16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영화제마다 나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어떤 영화제는 명예교수 같고, 또 축구 공격수 같은 영화제도 있고. 그렇다면 원주옥상영화제는 아이돌이었으면 좋겠다(웃음).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강력한 팬층이 두터운 아이돌. 날씨가 나빠도 옥상에 모이고, 옥상에서 못 해도 영화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굿즈로 만든 응원봉을 들고 반짝반짝 불을 밝히는(물론 영화 볼 땐 켜지 않는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웃음).
박 원주옥상영화제의 매력은 아무래도 우리의 기획력, 젊은 아이디어 덕분일 텐데, 여기에 영화제의 역사가 갖는 힘도 보태고 싶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20살이 넘었다. 그동안 쌓아온 연륜과 데이터, 기억의 힘이 영화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래 해온 영화제의 장면들을 본보기로 삼아, 우리 영화제도 규모가 작아지든 혹 옥상이 아닌 곳에서 하게 되든 끊기지 않고 죽 오래오래 할 수 있길 바란다. '어, 나도 옥상영화제 가봤는데?!' '언제요?' '10년 전에요!'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면 좋겠다(웃음).
이 혹시 아냐, '원주' 하면 '옥상영화제'. 이런 날이 올지도. 원대한 꿈이긴 한데(웃음).
인터뷰 내내 두 사람 모두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힘들어선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은 ‘영화제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혔다. 힘들긴 해도 “하고 싶고 즐거워서” 영화제를 만드는 싱그러운 열정은 영화제가 열리는 여름 끝자락의 선선한 밤공기처럼 달게 느껴졌다. 힘들긴 해도 그보다 즐거움이 훨씬 커서 계속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과 비가 오든 온라인 상영관이든 관객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일으키는 시너지를 응원한다. 여는 이도 오는 이도 다 함께 즐기는 영화 같은 영화제의 청사진이 궁금하다면, 올해도 옥상에서 만나요!
*지난 8월 10일 원주옥상영화제 SNS에 오는 8월 19 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화제를 잠정 연기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비수도권 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시민과 게스트, 스태프의 안전을 위해 행사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추후 진행 일정과 재정 비된 프로그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은 원주옥상영화제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