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구석구석에
문화예술교육이
뿌리내리도록


강원지역 기초 단위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 담당자 3인 좌담

좌담 참여

박소영
태백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안윤진
강릉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이연주
고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진행 및 정리

한승희「잇다」 편집부

우리 지역 구석구석에
문화예술교육이 뿌리내리도록

– 강원지역 기초 단위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 담당자 3인 좌담

좌담 참여

박소영
태백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안윤진
강릉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이연주
고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진행∙정리

한승희 ✳︎「잇다」편집부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2018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1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1)(이하 ‘1차 종합계획’)의 비전이다. 1차 종합계획에서는 3대 주요 사업 추진 전략의 첫 번째 항목을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으로 정립하고,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육성 기반 체계화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능 및 역할 강화 ▲생활권 중심의 기초지자체 단위 추진체계 구축 ▲중앙과 지역 간 협력 강화 ▲부처 간 협력체계 강화 ▲지역 중심 문화시설 및 타 영역과의 협력 강화 등을 세부 목표로 세웠다. 1차 종합계획에 발맞춰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도 지역별 상황과 수요를 반영한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을 발표했는데, 강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누리는 강원문화예술교육”이란 비전 아래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확대 ▲소외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 확대 ▲지역 문화예술인력 및 단체 역량 강화 등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문화예술교육 협력 네트워크 강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올해부터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해 도내 16개 기초 단위 문화재단2)의 교육사업 담당자들과 함께 ‘강원문화예술교육 실무협의회’를 발족했다. 실무협의회는 4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기초 재단별 문화예술교육 사업 현황과 실무적인 어려움을 공유하며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9월 22일 강릉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꿈꾸는사임당예술터’에서 열린 세 번째 회의 이후, 박소영 태백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안윤진 강릉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이연주 고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과 따로 자리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누리는 강원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부터) 안윤진 강릉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이연주 고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박소영 태백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각 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어떤 단계인지 소개해달라.


안윤진 강릉문화재단에 문화예술교육사업 전담 부서인 ‘문화교육팀’이 개설된 것은 2019년이다. 강릉문화재단이 1998년에 설립된 점을 고려하면 늦은 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옛 경포초등학교이자 창작예술인촌으로 쓰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2월 개관한 ‘꿈꾸는사임당예술터(이하 ‘사임당꿈터’)’ 공간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이곳을 거점으로 지역 학교와 예술가를 연계한 융복합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강릉문화재단에서 7년을 보내며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경험했는데, 교육사업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웃음).


박소영 강원도 내 기초 단위 문화재단에서 교육사업을 3년가량 운영했고, 잠시 일을 쉬다가 올해 태백시문화재단 문예진흥팀에 입사했다. 태백시문화재단은 2019년에 설립됐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사업의 기틀을 다져가는 상황이다. 시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했다. 시민들,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강사들, 지역 학교들과도 서서히 관계망을 쌓는 중이다. 


이연주 2009년부터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해왔고, 대상자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2021년 고향인 고성에 문화재단이 생겼는데, 유년 시절이 깃든 고향에서 문화예술교육자를 넘어 기획자, 행정가로서 영역을 확장하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강사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고성이란 지역, 그리고 고성문화재단 사업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고성문화재단도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 사업들을 하나둘 시작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초등학생·50대 주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60세 이상 시니어 프로그램과 초등학생 가족 동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Q. 세 곳 모두 팬데믹의 타격으로 그동안 교육 사업을 활성화하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기지개를 켜는 중인 것 같다. 재단별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주력 과제가 궁금하다.


박소영 태백시 인구 특성상 시니어 비율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 중심으로 기획하게 된다. 다만 태백에서는 시니어들이 퇴직할 나이를 넘겨서도 계속 현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간 여유도, 관심도 적은 편이다. 즉 시니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자 인구수는 많지만 실제 수요자는 별로 없는 상황이다. 올해 시니어 대상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자체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파악했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여유가 있어야 즐기는 활동’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참여할 만한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태백시문화재단의 시니어 대상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 ‘나와 주변을 돌아보다’ 홍보 포스터. ⓒ태백시문화재단

이연주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의 접근성이 낮은 이들로까지 프로그램 참여자를 확대하는 것, 둘째는 지역민이 원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수요를 파악하는 것, 셋째는 고성문화재단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관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삶과 나를 매개하고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지향하지만, 지역 사람들은 이런 것보다는 기술적인 교육, 예컨대 십자수나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을 수 있다. 이런 수요를 반영하되,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 같은 다른 문화복지기관에서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큰 과제다. 


안윤진 사임당꿈터 공간을 마련한 만큼, 이곳을 거점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지역 학교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데, 불특정 다수의 지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게 되면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고 참가할 여력이 되는 아이들만 모이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가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학교 단위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처음엔 학교와 연계해 참가자를 모집하니까 최소 한 학년에서 한 반만 참여해도 프로그램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더라. 사임당꿈터가 시내에서 떨어진,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든 곳에 있어서 스쿨버스가 없는 학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어느 정도 모였는데 중학교는 계속 참가 학교를 찾고 있다. 이 밖에 성인 대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유아 대상 프로그램도 개설해 참가 대상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임당꿈터 공간 & 프로그램 현장. ⓒ강릉문화재단

Q.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의 어려움은 문화예술교육 사업 담당자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난관인 것 같다.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연주 고성 주민 다수가 문화예술교육이란 것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 분야 자체를 낯선 것, 나와 관계없는 것이라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홍보를 열심히 해도 참가자가 잘 안 모인다.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을 지을 때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 재미있고 쉬워 보이면서도 뭘 하는 프로그램인지 주민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제목을 짓는 게 상당히 어렵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제목이나 포스터 디자인을 ‘대도시 스타일’로 하려 했다. 그런데 ‘이걸 우리 지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자문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좀 거칠고 상투적이더라도 사람들이 흔히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겠더라. 


안윤진 저희도 프로그램 제목을 좀 심오하게 지었더니 반응이 없었다. 시행착오 끝에 ‘다 필요 없고, 사람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이 실생활에 이런 도움이 된다는 걸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연주 그렇다. 참가자들은 기왕 시간을 투자해서 왔으니 뭔가 얻어가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60대 주민을 대상으로, 함께 나눈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참가자들이 당장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엇을 가져가길 바랐다. 

고성문화재단의 시니어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디스니랜드’ 홍보 포스터. ⓒ고성문화재단

박소영 태백재단의 경우 시민들이 재단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참가자 모집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진행 중인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이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참가자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희망적이다.


이연주 저희도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주변에 “고성문화재단에서 이런 걸 하는데 괜찮더라”며 추천해주셔서 처음에 비하면 그래도 참가자들이 좀 모이는 편이다. ‘입소문’의 힘이 무서운 것 같다.


박소영 공감한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참가해본 사람이 주변에 추천해주는 ‘바이럴’ 효과가 남다른 것 같다(웃음).  



Q. 문화예술교육 정책 차원에서도 ‘지역 주도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즉 ‘지역 특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담당 실무자로서의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앞선 3회차 강원문화예술교육 실무협의회의의 특강에서 이선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가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그렇다면 ‘지역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란 무엇일까?


안윤진 사임당꿈터 프로그램에서 강릉 기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기획 회의에서 ‘지역성’ 이야기를 꺼내면 예술가 선생님 대부분 어려워하는 기색이다. 대개 바로 옆에 있는 오죽헌 같은 구체적인 지역 자원을 ‘지역성’의 사례로 언급하는 데 그친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이 곧 지역성”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웃음). 이곳에 터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곧 지역성일 수 있지 않나. ‘지역성’이란 말은 관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소영 태백시문화재단에서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으로 ‘꿈꾸는 예술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사실 공간 자체보다는 이곳에서 태백이라는 지역 자원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해서 운영하는가가 중점일 것이다. 지역성이 녹아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성’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 지역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지역 예술가들은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지역성’을 담은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연주 일차원적으로 ‘지역성’ 또는 ‘지역자원’이라 꼽히는, 이를테면 (사임당꿈터에 인접한) 오죽헌 같은 자원을 재료(source)로 삼아 더 확장된 예술 경험과 일상과의 관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원의 바다, 산, 호수 같은 자연 자원을 매개로 더 넓은 문화예술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자원을 매개로 한 경험이 모여 지역성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역성’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지역민이 원하는 것’이다. 고성 인구는 2만8000명이 채 안 되지만 이중 과반에 가까운 인구가 60대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령화’가 ‘지역성’의 하나일 수 있고, 고성 인구의 과반이 문화예술교육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고성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목표는 ‘고성 사람들이 생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 ‘내가 이 나이 먹어 이런 걸 해보네’ 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결국 지역 재단마다 ‘지역성’을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지역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까.   



Q. 주지하다시피 국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큰 방향이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체계화와 활성화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 체계화와 활성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혹은 자원은 무엇이라고 느끼나.


안윤진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 우리 삶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왜 필요한지, 일상을 바꾸는 데 문화예술 경험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문화예술 경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런 관심 자체를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일 텐데, 이것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시간을 들여 꾸준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스쿨버스가 없는 지역 학교도 사임당꿈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꿈터 전용 버스가 있으면 좋겠다(웃음).


박소영 문화예술교육을 체계화하려면 시간이나 자금 등 많은 자원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인력의 부재가 가장 절실하게 느껴진다. 예술창작을 주로 해온 사람들이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맡곤 하는데, 교육은 예술창작과 엄연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예술창작자가 예술교육자로 활동하려면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예술창작자-교육자의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라면,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대상자를 고려한 문화예술 교수법과 같이 교육자로서의 기초 역량을 쌓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니즈들이 충족되었을 때 예술창작자가 예술교육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연주 저도 가장 시급한 자원은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예산이 아무리 많이 책정돼도 이 예산을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전문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는 예술가와는 또 다른 사람들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창작과 전혀 다른 분야라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라고 해서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 사람을 좋아해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통한 것을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예술적 재능과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문화예술교육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를 발굴하는 것이 전문 기관의 담당자로서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사람만 있다면 콘텐츠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지역 수요에 맞춰 함께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니까.

이연주 앞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사업의 큰 방향’에 관한 질문에서 ‘관계자 네트워크 구축’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만든 다음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관계자들을 모아도 이들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기술을 전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반응을 살펴 가며 소통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고 해도 문화예술교육자로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고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현장에서도 종종 강사 선생님들이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수업을 진행할 때가 있어서 내가 종종 개입하곤 하는데,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장기적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할까 걱정도 된다(웃음).


안윤진 공감한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 선생님 다수가 생계를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여서,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예술창작을 본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지원해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이탈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이연주 그렇다면 강원도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풀(pool)을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이것도 이상적인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지역 안에서 전문 인력을 찾는 것은 한계가 많고, 계속 과제로 남을 것 같다. 고성문화재단 차원에서 지역 예술가와 활동가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볼까 생각하다가도 과연 참여자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안윤진 광역 단위 담당 기관인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큰 틀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양성 과정은 기초 단위 문화재단으로 분산해서 운영하는 방식은 어떨까 상상해본다. 예컨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으로서 받아야 하는 이론 교육은 센터에서 진행하고, 현장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기초 단위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식은 어떨까. 조금 다른 예이긴 한데,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이 강릉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관련 분야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유입되는 덕분에 좋은 사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Q.  여러 난관을 무릅쓰면서도 기초 단위 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소영 교육사업은 재단 실무자로서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이다. 프로그램에 참여자와 운영자 모두와 직접 소통하며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보람과 만족감을 느낀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진로나 가치관이 달라지는 사람들을 목격할 때면 몹시 뿌듯하다. 누군가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안윤진 재단 사업 모두 힘든 점이 있지만, 특히 교육사업은 프로그램 기획부터 강사 섭외, 참가자 모집, 결과 보고 등 예산 규모에 비해 실무 강도가 높은 분야다. 그렇지만 참가 대상자들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달라지는 모습을 체감하기 때문에 보람과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역할을 인정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과 여러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 말  문화예술교육 전문 공간으로 문을 연 이곳 사임당꿈터가 모쪼록 지역민과 예술가들의 접점을 넓혀가며 지역 사람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알리는 거점이 되길 소망한다. 이곳을 찾는 예술가-강사, 참가자 모두 문화예술을 매개로 잘 놀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동·청소년 세대에게는 이곳이 문화예술 경험을 매개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 나아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싶은 마음을 키우는 씨앗이 된다면 좋겠다. 


이연주 지역민들은 고성을 ‘아름다운 곳’,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게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문화예술로 표현하는 게 지역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최우선 목표가 아닐까. 지역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마음속 풍경은 다 다르다. 이런 마음속 풍경의 이야기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되돌아보게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민이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접점이 양적으로 다양하고 많아져야 할 것이고, 이런 경험이 무엇보다 ‘즐거움’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즐거움이 있어야 경험에 몰입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눈을 뗄 수 없는 한 편의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즐겁고 오래 기억되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


1)「1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은 2015년 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의 제2조(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의 수립 등)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년 단위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법적 의무가 되면서 마련됐다. 1차 종합계획 추진이 마무리되는 올해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차 종합계획(2023~2027)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2) (가나다 순) 강릉문화재단, 고성문화재단, 동해문화관광재단, 속초문화재단, 양구문화재단, 양양문화재단, 영월문화재단, 원주문화재단, 인제군문화재단, 정선아리랑문화재단, 철원문화재단, 춘천문화재단, 태백시문화재단, 평창문화도시재단, 홍천문화재단, 횡성문화재단. 

2022. 11.

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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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 11 KT빌딩
전화 | 033-24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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