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작은영화관의 오늘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유진 관장 인터뷰

인터뷰이

유진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관장


인터뷰어

한승은「잇다」 편집부

그래도 괜찮은 작은영화관의 오늘

–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유진 관장 인터뷰

인터뷰이

유진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관장


인터뷰어

「잇다」편집부 ✳︎ 한승은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 안에는 감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는 사이도 모르는 사이도 같은 영화를 보러 모이는 곳.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이 아닌 영사막을 마주하고 현장감에 흠뻑 젖는 이곳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영화관이다. 공연장과 함께 코로나19 대유행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영화관의 안팎은 한산하다. 팝콘과 콜라를 끌어안고 내 자리를 찾는 사람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환영(幻影)이 아른거리는 영화관의 풍경은 코로나 팬데믹(pandemic)과 엔데믹(endemic)의 일상이다.


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널찍한 스크린과 빵빵한 스테레오로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와, 영화 덕분에 한데 모인 이들이 함께 웃고 울며 재충전하는 시간이 담긴 공간. 크든 작든 영화관의 기본은 다르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여전히 필요한 지금, 코로나가 사라진 코로나 이후가 아니라 코로나가 여전한 코로나 이후를 살아가는 영화관의 일상을 이야기하려니 ‘일상’의 무게가 새삼 묵직하게 느껴진다. 과연 관객의 설렘과 감동으로 충만한 영화관의 일상 회복을 기대해도 될까.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유진 관장과의 대화는 그 돌파구를 찾는 과정의 막막함과 결국 찾는다는 기대감 사이를 맴돌았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 유진 관장.

‘코로나’라는 고비
유진 관장은 2017년 5월 19일 영화관이 문을 연 날부터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를 이끌어왔다. 남편의 고향인 정선으로 이주해 일자리를 찾던 중, 당시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면접 후 입사했다. 시네필(cinephile)은 아니었다. 영화를 딱히 싫어하지도 않고, 유난히 좋아하지도 않는 무난한 관객이었던 그는 그 무난한 애정 덕분일까, 개관 이래 죽 영화관을 지키고 있다. 벌써 6년 차에 접어드는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를 죽 이끌어온 그에게, 직원(관장 포함)이 모두 5명인 작은 조직인지라 운영 최전선에서 영화관 살림을 도맡아 온 그에게 지난 3년은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을까. 유진 관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국의 지난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코로나로 인한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작사협’)이 문을 닫으면서 영화관 스스로 살길을 마련해야 했던 일을 떠올렸다.

Q. 코로나 시국 속 영화관은 큰 타격을 입었다. 멀티플렉스든, 작은 영화관이든 다수가 한데 모일 수밖에 없는 조건인지라 운영난에 시달렸을 텐데,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코로나 시국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견디며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진 그냥 버텼다.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바뀌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관객 수가 코로나 이전 인원의 10~2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이따금 관객이 많은 날도 코로나 이전 대비 절반 정도다,

교훈이라… 여전히 코로나 시국이어서인지 교훈이라 할 것이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방식 자체가 오프라인 극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바뀌다 보니, 멀티플렉스든 작은영화관이든 ‘과연 영화관의 미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벽에 커다란 스크린 걸고 오티티(OTT)로 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심지어 나도 그렇다. 이렇게 영화관 대신 집에서 영화 보는 게 익숙해지면 과연 영화관이 필요할까. 홈시어터 장비는 점점 좋아지는데, 그럼 영화관이 존속할 수 있을까.


영화관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수익이 일 순위 목표인 민간 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문화복지 차원에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식으로 대세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운영되는 작은영화관은 모두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중앙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애초에 지자체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중앙은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작은영화관 지원에 쉽게 못 나서는데,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이다. 중앙이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사업에 선을 긋다 보니, 중앙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거나 재정 지원이 있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Q. 코로나 시국의 끝이 좀체 보이지 않지만,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지리란 기대가 있다면?


유진 코로나 시국이 여전하지만, 그 영향은 좀 사그라드는 듯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개봉작들이 선전했고, 관객 수도 코로나 이전 관객 수의 60퍼센트 정도는 회복된 것 같다. 100퍼센트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 수혜 업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티티 산업 아닌가. 오티티가 급속하게 활성화하면서 누구나 오티티에 익숙해진 게 영화 산업 자체에 큰 타격이다. 웬만한 영화는 모두 오티티에 올라오니까 굳이 영화관에 올 필요를 못 느낀다. 다만, 오티티에서 영화보다 드라마가 흥행하는 경향이 뚜렷해 오티티 산업은 앞으로도 드라마에 집중할 것 같다. 그럼 영화는 오티티보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쪽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Q. 개관한 지 5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텐데, 지금껏 겪은 가장 큰 난관이라면 아무래도 코로나인가? 


유진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작사협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었는데, 작사협이 운영난을 못 이겨내고 문을 닫으면서 자구책을 찾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도내 작은 영화관 대개가 작사협에서 위탁 운영하던 터라 모두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정선군이 복지 차원에서 만든 곳이라 군 도움 없이 운영하기가 어렵다. 자구책을 마련하며 군과 소통하는데 다행히 군이 관심을 보였다. 군이 관심을 갖고 나선 덕분에 지난해 9월 재개관할 수 있었다. 도내 다른 지역 작은영화관들은 이르면 올해 봄 늦게는 여름께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개봉작 찾기도 어렵고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힘들었지만, 작사협이 폐업한 게 가장 힘든 고비였다. 우리 영화관뿐만 아니라 다른 작은영화관 모두 다시 문 열기까지 무척 힘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휴관한 것도 난관이었지만, 그 기간 지자체와 소통하며 새 운영 주체를 찾느라 다들 고생이 많았다.

영화관 입구에 들어서면 표와 간단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부스가 바로 보인다. 부스 왼편에 ‘작은영화관 기획전’ 홍보물 입간판이 서 있다.

지역 작은영화관의 역할
2010년대 전국 곳곳에 작은영화관이 들어섰고, 현재 강원도내에서만 10여 곳이 운영 중이다.1) 2013년 4월 문을 연 홍천시네마부터 올해 1월 문을 연 고성 달홀영화관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지역민에게 영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 작은영화관의 수는 꾸준히 늘었다. 도내 작은영화관이 나고 자란 시간을 훑으며 그 중간 지점에 놓인 아리아리 정선시네마의 위상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가 정선읍내에 문을 열고 2년 뒤 인근 고한읍에 고한 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작은영화관이 두 곳인 도내 지자체는 정선군이 유일하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가 지난 5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정선군민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고한 시네마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영화 보는 즐거움을 아는 지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Q. 정선에는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와 고한 시네마, 이렇게 작은영화관이 두 곳 있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가 먼저 생겼는데, 정선에 작은영화관이 들어선 당시 맥락이 궁금하다.


유진 전북 장수에 작은영화관(現 OLC 장수한누리극장)이 처음 생겼다. 처음인지라, 과연 시골에 이런 영화관이 들어선다고, 거기서 유명한 영화를 튼다고 사람들이 많이 올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한데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유명한 영화를 개봉한다고 하면 어르신들도 오시더라. 생각보다 잘되다 보니 다른 지역에도 작은영화관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영화관은 거의 다 사라지지 않았나. 멀티플렉스는 대개 인구가 많은 도시에 들어서는데, 멀티플렉스도 없고 있던 영화관도 문 닫은 지역 주민은 영화관이 있는 곳으로 영화를 보러 가야 하고, 그 비용이 만만찮다. 영화 보러 가서 영화 보는 데만 돈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소비도 있지 않나. 그러니 영화관이 없는 지역은 더 침체된다. 사람들이 자꾸 나가니까. 그래서 영화관을 마련해 지역민의 문화 복지도 챙기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막아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게 하자는 취지에서 지역 곳곳에 작은영화관이 들어서게 됐고,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도 그중 하나다.

 


Q. 대도시에서는 영화관의 규모가 작으면 대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다. 그래서 ‘작은영화관’하면 저예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다양성 영화 등을 주로 틀지 않을까 지레짐작했다. 근데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의 ‘작은영화관’은 대도시의 ‘작은’ 영화관과는 사뭇 다르다. 작은영화관 한 곳이 유일한 지역의 작은영화관은 지역민의 문화권·영화 접근성을 보장하는 보루라는 생각이 든다.


유진 영화관의 공공성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다. 더 다양한 영화를 골고루 접할 수 있는 게 영화관의 공공성일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영화관의 공공성일 수도 있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공공성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데 있다. 재미없는 영화라고 하면 좀 뭣한데,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루한 영화를 찾는 사람은 극소수다. 몇 사람은 찾지만 많은 사람은 찾지 않는 영화를 트는 것이 우리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평소 그런 영화를 못 트니까 ‘작은영화관 기획전’과 같은 행사에 참여해 보다 다양한 영화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영화관 밖에 현재상영작 포스터와 상영일정표가 게시되어있다.

Q. 이런 맥락에서 지역민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게 지역 작은 영화관의 필수적인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영 영화를 고르는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는가?


유진 먼저 배급대행사가 상영작 후보군을 제시하는데, 주로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은 영화들이다. 그중에서 우리 지역민의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영화를 고른다. 상영관이 두 곳이라 ─ 멀티플렉스처럼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 많이 선정하지는 못하고, 보통 한 주에 2편 정도 고른다. 가장 염두에 두는 선정 기준은 대중성이다.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초중고 학생이 많아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해 성인, 청소년, 어린이와 유아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골고루 선정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상영 일정을 짤 때도 시간대와 예상 관객의 조합을 감안한다. 아이들은 대개 부모와 함께 오니까 가족 관객이 많은 주말엔 꼭 애니메이션을 트는 식으로.

군민이 먼저 상영작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단체 관람을 계획하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싶다, 언제 몇 명이 오겠다’고 신청하면, 배급대행사와 조율해서 가급적 그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게 지역 작은영화관의 특장이 아닐까. 지역민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일정을 조율해서 틀어줄 수 있는 유연함 말이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일상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보통의 관객은 일자리를 찾았고, 영화 관련 종사자를 찾기 힘든 지역은 영화관을 운영할 사람을 찾았다. 입사 후 관련 업무를 익히고 자격증도 따며, 다시 말해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 시간은 지역민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민의 문화 접근성을 보장하는 시간이었다. 상대적인 문화소외지역에서 영화관을 운영하고 이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부각되어야 할까.

Q.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은영화관 기획전’2)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전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객 반응은 어떠한지 듣고 싶다. 


유진 한 해 빼고 줄곧 참여했다. 2019년까지는 신청하면 곧 참여할 수 있었는데, 2020년부터 공모 방식으로 바뀌었다. 운 좋게 선정돼서 할 수 있었다. 기획전 기획단이 상영 영화를 선정하는데, 지역 작은영화관에서 주로 트는 개봉영화나 상업영화가 아니라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독립영화, 예술영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린다. 첫 행사 반응이 가장 좋았다. 기획단이 선정하는 영화들이 매년 비슷하고, 기획전을 찾는 관객도 매년 비슷하다 보니 점점 반응이 식은 듯하다. 그래도 좋아하시는 분, 찾아주시는 분이 많은 편이다. 정선은 젊은이가 적고 어르신이 많아 홍보 매체의 홍보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관심 있는 사람이 꾸준히 참여한다. 영화관이 직접 단체 관람 관객을 섭외하기도 하는데, 주로 학교나 유치원에 연락한다. 코로나 이후 단체 관람이 확 줄었는데 이전에는 잘 됐다. 무료 관람인데도, 감염 위험이 있다 보니 많이 꺼린다.

유진 관장과의 인터뷰는 영화관 로비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진행됐다.

Q. 영화관의 근본적인 역할은 영화 상영이지만, 이뿐만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 관객과 함께하는 부대 행사도 진행한다.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 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는지?


유진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꾸리고 싶어도 강사 섭외가 무척 어렵다. 내부 인력이 직접 뛰지 않는 한 힘들다. 고한 시네마 관장님께서 영사기사로 오래 일하셔서 관장님을 강사로 섭외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체 인력이 아니면 섭외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강사 초청 프로그램은 꿈도 못 꾼다. 작은영화관 기획전에서나마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런 기회마저 없다면 참여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꾸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군민 반응이 없어서라기보다 강사 섭외가 어려운 게 문제다.

대관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위해 대관한 적이 있다. 교육청 지원으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을 지역 작은영화관에서 상영한 것이다. 꼭 영화가 아니어도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영화관에서 틀고 싶다고 하면 대관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에티켓 영상을 지역 학생들과 만들어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만든 영상을 틀면 본인들이 만들었으니까 영화관을 더 자주 찾지 않을까. 여러 학생이 여러 영상을 만들어서 번갈아 틀면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는 즐거움도 있을 테고. 어르신들이 제작한 영상을 트는 것도 하고 싶다. 꼭 영화가 아니라도 에티켓 영상처럼 짧고 간단한 영상을 지역민이 직접 만들어 지역 작은영화관에서 트는 걸 꼭 해보고 싶은데, 이것도 추진하려면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 강사 섭외도 그렇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그렇고 모두 문화복지 관점에서 지자체 지원이 절실하다.

 


Q. 정선과 같은 군 단위 지역은 상대적인 문화소외지역이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어떤 문화예술이 필요할까?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관장이자 정선군민으로서 정선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유진 정선군이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근처 아리랑센터에 공연장이 있는데 거기서 아리랑 공연만 하는 건 아니고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을 올린다. 안타까운 건 정선 사람들이 문화적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무료 관람이라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우리 기획전 프로그램도 모두 무료인데 그래서 유료 영화보다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무료 행사는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는 듯하다. 주어진 혜택을 적극적으로 누리지 않는데, 그게 참 안타깝고 아쉽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봤다. 얼마 후 그 연극을 정선에서 하더라. 나는 대학로까지 가서 몇만 원 주고 봤는데 정선 사람들은 무료로 볼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누릴 의지가 없달까. 좋은 작품을 심지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잡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문화소외지역이라 불리지만 딱히 문화적 혜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수혜자인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Q. 그동안 영화관을 운영하며 뿌듯한 일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흐뭇한 장면이 있다면?


유진 자주 오시는 분들과 안면을 트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낄 때다. ‘단골’ 중에는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먼저 그 자리를 알고 표를 뽑아드릴 때, 그런 소소한 데서 ‘아, 내가 애정을 갖고 하니까 이런 연결이 생기는구나’ 하고 깨닫곤 한다. 영화관 밖에서 이따금 “오늘은 근무 안 하시나 봐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계신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영화관’을 떠올린다는 게 책임감도 느끼게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밖에서 본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모습.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법원, 사회복지관 같은 관공서부터 마트, 식당 같은 편의시설, 유치원, 학교 같은 교육기관과 이웃해있다. 지난 5년간 한자리를 지킨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마트 가는 길에, 하굣길에 영화를 보는 여유를 불어넣으며 지역 작은영화관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편집부가 영화관에 들어섰을 때 카운터 뒤에 서 있던 유진 관장은 인터뷰가 끝나자 다시 카운터 뒤로 돌아갔다. 담담하고 조곤조곤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카운터를 지키는 관장의 모습과 겹쳤다. 관장이 직접 손님을 맞는 일상의 ‘평온함’을 연상한다면, 그릇될까. 시국이 시국인지라 영화관의 ‘평온한’ 일상을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사람이 없어서 한적하다기보다 사람을 기다리는 따스함이 감도는 영화관은 평온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과 관객을 맞는 영화관 사이의 친밀함을 유진 관장과의 대화에서, 카운터 너머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유진 관장이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일상을 지켜나가길, 그리고 영화관의 미래가 있는 한 군민과 함께하는 영화관으로서 제 몫을 다하는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의 내일을 응원한다.


1)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며 개관한 곳들은 모두 12곳으로, 작사협이 문 닫은 뒤 지역 문화원 및 문화재단 등 지자체 공공기관과 지역 새마을금고 및 협동조합 등 민간단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작사협과 무관한 작은영화관으로 인제CGV와 횡성시네마가 있다. 인제CGV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CGV가, 횡성시네마는 횡성문화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2)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2014년 전라북도 임실군, 장수군, 고창군, 김제시, 무주군, 경상남도 밀양시, 강원도 홍천군, 경기도 오산시와 여주시 등지의 작은영화관을 순회한 첫 행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며, 전국 각지의 작은영화관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는 물론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영화관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22. 11.

21호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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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033-240-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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